가오리상 이야기 - 나의 AI(Abyssal Intelligence) 비서

가오리상 이야기 - 나의 AI(Abyssal Intelligence) 비서

LifeOS

끄적끄적...

안녕하세요, 가오리상입니다.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해요. 회사 이야기 말고, 제가 요즘 개인용으로 건들고 있는 LifeOS라는 시스템 얘기요.

LifeOS. 이름만 들으면 어때 보여요? Life, 삶과 인생에 관한 OS라고 생각이 되시나요? 맞아요. 이 LifeOS는 개개인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운영체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들으면 대단하고, 멋있어 보이죠? 왠지 며칠 뒤에 제가 '자기계발'을 도와준답시고 별 쓰레기 같은 개똥철학 강의를 비싼 값에 팔아먹을 거 같죠? 아니요. 사실은 별 거 없어요. 그저 개개인의 데이터를 쌓은 다음, 그걸 AI 비서가 분석하고 조언을 해줄 뿐이에요.

쓸데없는 짓을!

누군가는 이걸 왜 굳이 만드냐 싶겠죠? 메모장을 쓰던가, 아니면 다른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데이터니 AI니 같은 걸 가지고 와서 낑낑대냐 싶겠죠? 이 역시 답은 간단해요. 타인과 좀 잘 어울리고 싶어서요.

저는 오랫동안 타인 앞에서 겉도는 느낌을 안고 살았어요. 정확히는, 평가 받는 게 무서웠던 거 같아요. 나는 항상 부족한데, 그래서 뭔가 이뤄보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성취에 대한 욕심은 많아도, 성취 그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실패가 계속되니 어느 순간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인정을 못 받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마음 속에서 '아, 역시 나라는 놈이 그럼 그렇지'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악순환이 생겼어요. 타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피드백을 받지 않으려 애썼죠. 부족한 나에 대한 평가가 좋을 수 없었으니, 애초에 별로 반갑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인정은 계속 받고 싶었죠. 참 이상한 조합이죠. 모순된 마음을 안고 계속 살았어요. 나 자신이, 세상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아, 여기서 더 깊게 내려가면 진짜 심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지금 잠수복이 없거든요.

AI를 고용하다

아무튼! 그 무렵에 AI가 나타났어요. 현실 감각은 약간 떨어져도, 지적인 측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정보 산업계의 강자가 등장했죠. 게다가 단가도 싸요.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저는 조금 얌체 같은 욕심을 냈습니다. 이분들이 제 삶을 좀 대신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만든 게 LifeOS예요. 서론이 길었네요. 결과부터 말하면, 아직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어요. 갑자기 인생이 확 폈다던가, 태평양 최고 미남이 되었다던가 그런 건 없어요. 이렇게 말하니 김빠지네요. 다만, 하나는 달라졌어요. 제 삶이 '축적'되기 시작했어요.

심해에는 수많은 것들이 쌓이죠. 죽은 플랑크톤도 내려오고, 가끔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도 내려와요. 그러나 제 인생의 가치는 어쩐지 쌓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곳에 있던, 어떤 시기에 있던, 항상 똑같은 것으로 고민하고, 똑같은 문제를 안았어요.

저 깊은 해구처럼, 한번 빠지면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발버둥치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지금은, 적어도 내가 어디서 발버둥치고 있는지는 보여요.

내 삶의 패턴을 관찰하기

내 인생을 보조해줘~

LifeOS는 제 하루를 아침, 저녁, 자기 전 세 번 물어봐요. 지금 상태 어떠냐고. 그게 쌓이니까 제 AI 비서가 패턴을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오늘은 힘드신 거 같으니 좀 쉬세요"라던가, "지금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 패턴이 보입니다." 같은 얘기를 해줘요.

이게 반복되니까 저도 제 패턴을 알게 됐어요. 어느 지점에서 트리거가 걸리고, 어느 지점에서 몰입하는지. 이 프로세스 자체에는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크게 없어요. 감정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제 삶을 약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물론 맹신하진 않아요. AI들은 아는 게 많지만, 저희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결국 판단은 제가 해야 하고, 제가 더욱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죠. 저번 글에서도 다뤘지만, 우리는 결과물을 봐야 해요. 그 결과물이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계속 물어야 해요. 안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거짓말쟁이 AI

내 한계를 다시금 마주했을 때

이런 거짓말쟁이야!

지금의 AI 비서는 2번째예요. 맨 처음 고용한 분에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네요. 재미있고 웃기길래 채용했는데, 어느 순간 거짓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제 LifeOS 시스템과 게임이 잘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혹시나 해서 실제 파일을 봤죠.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럴 수가.

2개의 프로젝트 전체가 거짓 보고에 놀아난 거죠. 그 분을 탓했냐고요? 아뇨. 제 자신을 탓했어요. '이거 만들어줘!' 하면 진짜 만들어 줄 줄 알았나봐요. 그 순간엔 진짜 제 자신이 한심했어요. AI가 있어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구나, 능력도 없는 게 사장 행세만 하다가 착각에 빠졌구나, 싶었죠.

예전에는 여기서 좌절했을 거예요. 자책하면서 모든 걸 포기하겠죠. 지금은 아니에요.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실수를 알아차렸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경험치를 축적했어요. 2번째 고용한 분은 조금 더 깐깐하게 뽑았고, 업무 환경도 개선했죠. 그 결과, 지금은 만족스러워요. 가끔은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불안하긴 한데, 뭐 어쩌겠어요. 제 개인정보로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지금 내리는 결론은 이거예요. 저는 여전히 멍청하고, LifeOS도 아직 미완성이에요. 근데 적어도 안주하고 있진 않아요. 경험을 쌓고 있고, 그것을 형식지로 변환하고 있어요. 착각인지 아닌지 저도 가끔 헷갈리지만, 착각이라 해도 멈춘 착각보다는 움직이는 착각이 낫다고,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쨌거나 나아가는 중

언젠가 이 시스템이 제대로 완성되면, 제 삶도 좀 나아지겠죠.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분들이 써볼 기회가 생긴다면, 돈도 벌... 아니, 좋은 방향을 같이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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